아득해지는 한 순간이 있다.
과거의 한 곳으로 가서 그 곳의 공기, 그 순간 내가 했던 생각, 함께 한 사람들, 나의 실수까지 여러 가지가 한 순간에 몰려와 나를 아득하게 만든다.
일 번 대기 화면에서 메뉴를 누르고, 나는 그 때 내가 했던 한 마디에 부끄러워진다.
알아두기 이 메뉴의 어떤 기능으로.,. 나는 그 때 함께 했던 누군가에게 전화를 해볼까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린다. 그러다
아니다. 왠걸
다시 침묵이 당연한,
마음 깊숙히 돌로 감춰둔 샘물까지도 말라버리는 건조한 사무실 공기로 돌아온다.
다시 그 순간,
아련함.
해질 무렵의 빛 번짐, 익숙하지만 늘 기분 좋은 soulscape를 들으며
인도를 걷는다.
옆에 아무도 없다.
혼자 밥을 먹고,
홀로 책을 읽고,
한 장 한 장 일기를 쓰고
그냥 혼잣말을 한다.
그 때 함께 했던 사람도, 공기도, 현상한 사진도, 손에서 놓지 않았던 메모도,
사뿐한 발걸음도, 봐도 봐도 질리지 않았던 도서관의 책꽂이도
나와 나로부터 너무 멀리 와 버렸다.
이 순간을 기록하려는 마음은
그 때 너무 너무 보고 싶었지만 끝내 찾지 못한 누군가의 연락처 같 이 슬 프 다.
다시
전화번호부 서두로 돌아온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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